아직 인생의 쓴맛을 보지 못한 소상공인 초콜릿 메이커 윌리 웡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미스터 웡카가 인생의 단맛 쓴맛 모두 본 쌉싸름한 초콜릿이라면 윌리 웡카는 달콤한 밀크 초콜릿이다. 미스터 웡카는 기상천외한 초콜릿 메이커지만 사람들에게 배신당하며 인생의 쓴맛을 잔뜩 맛보고, 마음과 함께 공장의 문을 닫아버렸었다. 훗날 후계자를 찾기 위해 다시 공장 문을 열고, 찰리와 가족들을 그전까지는 본인만의 세상에 갇혀있던 괴짜라는 인상이었다. 반면 윌리 웡카는 어려운 상황에도 달콤한 꿈을 꾸는 밝은 청년이다. 사기를 당해 여관의 악덕 사장에게 착취당하는 상황에도 자신이 만든 초콜릿처럼 오색찬란한 꿈을 꾸던 윌리 웡카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미숙하지만 순수한 모습으로 초콜릿을 사랑하는 윌리 웡카가 어서 꿈을 이루길 지켜보게 된다. 노래하면서 춤추는 윌리 웡카를 보면 무슨 고난이든 가뿐하게 이겨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세계적인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던 미스터 웡카보다 가난한 윌리 웡카가 더 행복해 보이기도 한다. 확실히 그 마법 같은 초콜릿 제조력이라면 어떤 상황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먹으면 하늘을 나는 초콜릿이라니.
달콤한 카르텔, 초콜릿의 음모
마법사이자 초콜릿 메이커인 윌리 웡카의 마법 같은 초콜릿이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되자, 이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악당도 등장하고 만다. 소상공인 윌리 웡카를 짓밟으려는 거대 초콜릿 회사들은 담합하여 이 재능있는 청년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이 도시에서는 초콜릿이 부와 권력이다. 도시의 초콜릿을 독과점하고 사람들을 매수해 나쁜 짓만 골라 하는 이 악당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현실 세계에서도 이와 같은 씁쓸한 뉴스를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작은 가게의 오리지널 메뉴를 똑같이 카피한다거나, 가격경쟁력으로 동네 상권을 장악한다는 야속한 이야기이다. 거대기업들은 독과점으로 시장진입조차 어렵게 할 수 있다. 웡카의 악당 3인방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기에는 세 가게가 서로 경쟁하는 것 알고 보면 한통속이다. 오로지 셋이 함께 시장을 나눠 가지기 위해 다른 이들은 경쟁 무대에도 오를 수 없게 한다. 자본 없이 재능만으로 꿈을 이루려는 청년을 핍박하는 악당들과 그에 맞서는 윌리 웡카와 친구들. 결국에는 악당들이 철퇴를 맞고, 당연하게 윌리 웡카가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 영화 초반의 수난에도 굴하지 않을 수 있었다.
엄마의 초콜릿 시크릿 레시피
초콜릿은 윌리 웡카에게는 엄마의 사랑과 추억이 담긴 것이다. 매년 윌리 웡카의 생일에 초콜릿을 만들어 주었던 엄마의 시크릿 레시피는 그 무엇도 아닌, 사람이었다. 중요한 것은 초콜릿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메시지가 초콜릿도 녹일 것처럼 몹시 따듯하게 느껴졌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의 미스터 웡카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너무 외로워 보였는데, 월리 웡카는 함께 역경도 헤쳐 나갈 친구가 있었다. 여관에서 만난 누들과, 세탁소 동료들은 처음에는 어려운 환경에 자포자기하고 무기력한 모습이었는데, 윌리 웡카를 만나서 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에 이들에게 힘을 주던 윌리 웡카가 나중에는 이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의 메시지가 더 깊게 와닿았다. 세상에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좋은 일은 모두 꿈에서 시작된다!
윌리 웡카가 팍팍한 현실에 굴복하고 여관의 착취에 순응했다면 나도 2시간 내내 세탁소에서 강제노동한 것 같은 암울한 기분으로 영화관을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윌리 웡카는 만약 초콜릿을 못 만들게 되었다고 해도 여관의 세탁실을 도시 최고의 세탁소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빠져나가기 위해 자동화시스템을 만들지 않았던가!
“좋은 일은 모두 꿈에서 시작하지, 그러니 너의 꿈을 지키렴” 어릴 적 윌리 웡카에게 엄마가 해주신 말씀이다. 윌리 웡카는 최고의 초콜릿 가게를 열겠다는 꿈을 저버리지 않고, 힘들 때마다 엄마를 떠올리며 견뎌낸다. 지켜야 할 꿈이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는 꿈이 많다. 모두 이룰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 나이가 커질수록 꿈은 점점 작아진다. 이제는 해낼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도전하려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안정된 생활, 여가 시간, 인간관계, 보장된 미래 등이 나의 핑계가 되어준다. 윌리 웡카의 마법 같은 동화를 마주하니, 초콜릿이 달콤하게 속삭인다. 다시 꿈을 꾸라고. 나도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킹 목사의 위대한 꿈이 아니더라도, 나의 작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깜찍한 꿈을 꿔보고싶다. 윌리 웡카의 초콜릿 같은 건 없겠지만 그에 견줄 수 있는 황홀한 초콜릿을 찾아 나서는 건 어떨까.
움파룸파 둠파티디~
밤마다 움파룸파의 초콜릿을 훔쳐 가는 작은 도둑 움파룸파.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굉장한 비주얼로 등장해서 잊을 수 없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움파룸파송은 중독성 강한 멜로디 때문에 영화를 보고 하루 종일 흥얼거렸다.
윌리 웡카의 동화 같은 이야기와 낭만적인 영상이 초콜릿을 먹은 것처럼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 영화가 처음 제작된다고 했을 때부터 윌리 웡카의 탐험을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했었다. 내가 생각했었던 모험 같은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황홀한 그림이 가득한 낭만 동화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동물원에 마카롱 재료를 구하러 갔던 것처럼 윌리 웡카의 초콜릿 재료 구하기 모험으로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