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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를 다시 볼 수 있을까?

by ym8zm 2024.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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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프라다를입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06년에 개봉한 이 명작은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다. 영화는 평론가들과 대중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흥행에도 성공하며 3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냈다. 주인공 패션 잡지 편집장 ‘미란다 프리스틀리’ 역에 메릴 스트립, 그녀의 비서 역할 ‘앤드리아 삭스’ 역에 앤 해서웨이가 캐스팅됐다. 에밀리 블런트가 미란다의 수석 비서 ‘에밀리’ 역을 연기했고, 스탠리 투치는 아트디렉터 ‘나이절’ 역을 맡았다.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비평가의 극찬을 받았고, 그녀는 이 역할로 14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메릴 스트립은 그 외에도 많은 시상식의 후보가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극 중 패션 잡지 편집장인 미란다 프리스틀리 역할은 미국 패션 잡지 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를 모델로 한다. 영화가 패션 세계를 그리는 만큼 영화 역사상 가상 비싼 의상비를 기록한다. 촬영이 끝난 후 모든 의상은 경매를 통해 자선단체에 기부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덕분에 영화 내내 화려한 패션을 선보이며,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겨우 그런 것?”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2003년 로렌 와이스버거가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원작과 많은 부분 설정을 다르게 했다. 주인공 앤드리아 삭스, 앤디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저널리스트를 꿈꾼다. 패션에는 관심도 없고, 패션 업계를 허영의 세계라고 생각하는 앤디는 저널리스트가 되고자 경력을 쌓기 위해 여기저기 지원하게 된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최고의 패션 잡지 런웨이에 입사하게 된다. 1년만 버틸 생각으로 입사한 앤디는 이 허영의 세계가 만만치 않음을 실감하게 된다. 화려하고 낯선 이 세계에서 앤디는 촌스러운 한 마리의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악마 같은 상사 미란다는 그야말로 지옥 같은 성격의 소유자다. 앤디는 본인이 보기에는 똑같아 보이는 벨트 두 개 중 무엇을 고를지 고심하는 사람들을 보고 겨우 그런 것이라고 비웃다가 미란다의 철퇴를 맞는다. 단순히 객기를 부리던 앤디가 한 방 먹는 장면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모든 일이 그렇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쓸 때는 모르지만, 만들 때는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지 만들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닌 일이 얼마나 있을까.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하면 남이 하는 일도 그런 법이다.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던 선민의식에 뜨끔하게 된다. 앤디는 그저 마트에서 샀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옷도 수많은 사람의 고심끝에 탄생한 작품이다. 그걸 알게 되니 앤디뿐만 아니라 나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앤디도 나이절의 충고를 듣고 태도도 고쳐 잘 차려입으며 점점 패션 업계의 사람이 되어간다. 그러다 결국 수석 비서 에밀리를 제치고 미란다의 신임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게 기뻐할 일은 아니었다. 끝이 없는 야근, 24시간 울리는 전화, 미란다 아이들의 숙제까지. 천재지변의 상황에서 제트기까지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앤디, 사랑하는 남자 친구와 가족들과는 점점 멀어지고 저널리스트의 꿈은 아득하게 느껴진다. 어떻게든 미란다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는 앤디. 각고의 노력 끝에 앤디도 어느새 완벽한 패션 업계 사람이 되었다. 많은 것을 희생했지만 엄청난 기회를 얻게 되었다. 사고로 다친 수석 비서 에밀리를 대신해 파리로 출장을 가게 된것이다.


“너도 이미 했어. 에밀리한테”

파리에서 앤디는 언제나 냉혹한 모습만 보여주던 미란다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미란다는 확고해 보이던 자리를 위협 받기도 하고, 관계가 소원해진 남편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자신을 도와준 나이절의 기대를 저버리기도 한다. 앤디는 자신은 그런 미란다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미란다의 태도를 비난하지만 결국 자신도 그녀와 다를 게 없는 사람이란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는다. 경쟁이 심한 패션 업계에서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남을 짓밟기도 해야 하는걸까. 자신도 에밀리 대신 이 자리에 왔다는 걸 깨달은 앤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앤디는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기로 한다.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미란다와 에밀리가 앤디에게 의리를 보여주지만, 현실이었다면 어땠을까. 자신이 살던 세계로 돌아간 앤디는 홀가분해 보였다. 놓쳤던 것들을 다시 잡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을까?

미란다 역할의 모델이자 미국 <보그>의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는 개봉 전 영화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보였다고 한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디자이너나 모델과는 앞으로 상종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을 정도다. 이런 일화를 보면 영화에서 미란다가 보여줬던 마지막 의리는 정말 판타지다. 영화에서 묘사된 미란다의 기가 막힌 성격은 물론 영향력 또한 과장이 아니라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4대 패션쇼의 일정을 그녀의 일정 때문에 변경할 수 있다니, 확실히 경고를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는 직접 프라다를 입고 시사회에 참석했다. 더불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재밌고 매력적이라며 호의적인 평가를 했고, 특히 미란다의 역할이 무조건 악덕하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에 만족했다고 한다. 극 중에서 미란다가 냉혹하기는 하지만 능력만큼은 깎아내릴 수 없는 캐릭터이다 보니 만족할 만했을 것 같다. 미란다는 악마라고 표현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라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무능한 데다 갑질만 하는 상사라면 존경할 수 있겠는가. 200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 부문을 시상하러 나온 앤디 역의 앤 해서웨이와 에밀리 역의 에밀리 블런트가 메릴 스트립을 보면서 “편집장님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네요”라며 만담을 하기도 했다. 메릴 스트립도 바로 미란다에 몰입해 상황극을 받아주었다. 디즈니는 18년 만에 이 영화의 속편을 제작한다. 출판 잡지가 쇠퇴하자 위기에 처한 미란다가 이제는 명품 브랜드의 고위 임원이 된 에밀리를 다시 만나게 된다고 한다. 광고주가 된 자신의 전 비서를 만나야 하는 미란다라니. 기다리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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