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공주님 구원 서사
댐즐은 공개되기 전부터 기대하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올해 공개된 작품으로 의 밀리 바비 브라운이 주인공인 엘로디 역을 연기했다. 에놀라 홈즈를 보고 밀리 바비 브라운의 팬이 되었다. 새로 나올 판타지 영화의 주인공이 밀리 바비 브라운이라고 해서 그 사실만으로도 기대가 되었다. 28주 후 등을 연출한 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디요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동명의 소설 원작이 있다. 원작인 에블린 스카이의 소설 은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았다. 소설과 영화의 제목인 댐즐은 옛 글투로 시집가지 않은 처녀를 뜻하는 말이지만, 영화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위기에 처한 여성을 상징하는 모티프이다. 영화의 내용을 보고 나면 상징하는 의미가 다르게 느껴진다.
동화 같은 이야기의 시작
주인공 엘로디는 북부 지역 영주의 장녀로 책임감이 강한 성격으로 묘사된다. 척박한 환경 탓에 엘로디와 가족들조차도 풍요롭게 지내지 못한다. 영주의 딸인 엘로디가 직접 땔감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 처지다. 결국 영주인 엘로디의 아버지는 부유한 남부의 왕자에게 엘로디를 시집보내기로 한다. 자신이 결혼하면 빈곤에 시달리는 영지민들을 살릴 수 있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엘로디는 결혼을 결심한다. 가족들과 왕국에 도착한 엘로디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광경에 감탄한다. 오로지 책임감으로 하는 결혼이기에 결혼 상대에게는 아무 기대가 없던 엘로디는 막상 왕자 헨리를 만나보니 좋은 인상을 받게 된다.
“이것은 동화가 아니다”
엘로디 자매의 새어머니 레이디 베이퍼드는 남편의 수상한 모습을 발견하고, 결혼을 말리려고 한다. 하지만 헨리 왕자에게 호감을 느낀 엘로디를 설득할 수 없었다. 결국 감행하게 된 결혼식에서 이자벨 여왕은 수백 년 전 초대 국왕의 이야기를 해준다. 용과 평화 계약을 맺고, 희생한 세 딸의 이야기였다. 왕국에서는 이를 기리기 위해 전통적으로 의식을 치른다. 엘로디는 헨리 왕자와 함께 의식을 치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손에 상처를 내고 맞잡는다. 모든 의식이 끝나고 이제 헨리 왕자와 행복하게 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 순간 모든 것이 박살이 났다. 엘로디를 안고 퇴장하던 헨리 왕자가 미안하다는 인사와 함께 엘로디를 절벽에서 던져버렸다. 비로소 진짜 의식이 끝난 것이다. 동화인 줄 알았던 왕자님과 공주님의 이야기가 다크 판타지가 되었다. 낭떠러지 아래에서 눈을 뜬 엘로디가 절망적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이 떨어진 곳이 드래곤의 굴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엘로디는 경악한다. 심지어 곳곳에 떨어져 있는 장신구를 보니 피해자는 자신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자신이 제물이라는 것을 깨달은 엘로디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겠다고 결심한다. 이 당찬 공주님은 누군가 구해주러 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탈출할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하지만 드래곤의 눈을 피해 도망가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동굴에서 엘로디는 혼자지만 또한 혼자가 아니었다. 엘로디보다 먼저 제물이 되었던 신부들이 남긴 흔적과 메시지를 보면서 엘로디는 점차 동굴을 파악해 나간다. 다수의 희생자들이 동굴을 탈출하기 위해 애썼던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결국 탈출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절망의 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현명함과 지혜로 동굴 안에서의 생존 방법을 익힌 엘로디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의 공주님
동굴에서 고군분투하며 왕국의 추악한 과거와 진실을 알게 된 엘로디는 이를 밝히고자 한다. 자식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왕국의 핏줄을 제물로 삼으려던 드래곤은 결국 또 다시 왕국에 속고 있던 것이다. 왕국과 상관없는 여자들을 데려다 피의 의식을 치르고 드래곤을 속인 왕국의 술수를 알게된 엘로디는 드래곤에게 이를 밝히려고 하지만 분노에 눈이 먼 드래곤과 대화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는 장시간 엘로디가 혼자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도 누군가 나타나 엘로디를 구해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동안 용감하고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준 엘로디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금할 뿐이었다. 결혼식 전날 수상한 모습을 보였던 엘로디의 아버지 베이퍼드경은 후회할 일을 하지 말라는 부인의 경고도 무시한 채 결혼식을 감행했었다. 하지만 역시 엘로디를 죽일 수는 없었는지 나중에 사람들을 데리고 엘로디를 구하러 온다. 후회스러운 마음에 엘로디를 간절히 찾지만 드래곤과 싸우다 결국 죽고 만다. 그 후 엘로디는 자신의 힘으로 가까스로 동굴에서 탈출하게 .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온 엘로디는 자신 대신 동생 플로리아가 납치되어 끌려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하여 엘로디는 겨우 탈출한 그 동굴로 동생을 구하러 다시 들어간다. 초대 왕이 드래곤의 자식들을 살해하고 드래곤과의 싸움에서 패배해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었을 때 왕가의 후손을 제물로 바치기로 계약하고 살아남았다. 하지만 왕가에서는 자신들의 후손을 제물로 바치는 일을 피하려고 했다. 그 때문에 왕자의 결혼을 빌미로 아무 상관 없는 여자들을 왕국으로 불러들였던 것이다. 엘로디는 오리아 왕국의 추악한 진실을 드래곤에게 전달하였고, 사실을 알게 된 드래곤이 왕궁을 불태우면서 오리아 왕국의 오랜 악행이 막을 내리게 된다. 드디어 엘로디 자매와 레이디 베이퍼드는 구호물자를 싣고 영지로 돌아가게 된다.
영지로 돌아간 엘로디가 영주가 됐을지, 어떻게 영지를 다스릴지 궁금하다. 자신을 희생할 정도로 영지민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드래곤을 상대하던 비범함이라면 척박한 북부의 영지도 번영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