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최고의 걸작
<업>은 2009년 개봉한 픽사 최초의 3D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감독 중 한명인 밥 피터슨은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고, 직접 목소리 연기를 하기도 한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는 그가 각본 작업을 하고, 조연의 목소리를 연기하기도 했다. <업>에서는 칼 할아버지의 반려견 더그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또 다른 감독인 피트 닥터는 <업> 이전에 <월 E>의 원안을 작업했고, 이후 <메리다와 마법의 숲>을 기획했으며, <인사이드 아웃>과 <토이스토리 4>의 원작자이자 감독이다. 그 외에도 <온워드>, <소울>, <루카>, <버즈 라이트이어> 등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주인공 할아버지 ‘칼 프레드릭슨’의 성우를 맡은 배우 에디 애즈너는 에미상을 7번 수상한 원로 배우이다. 한국어 더빙판에서는 원로 배우 이순재가 칼을 연기했다. 명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로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며 감동을 선사한 <업>은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8%, 관객 점수 90%를 기록하며 전문가와 관객 모두에게 호평받았다. 2009년 칸 영화제에서는 3D 애니메이션 최초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0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음악상과 애니메이션상을 받았고, 영국과 미국 아카데미에서 모두 음악상과 장편애니메이션상 받으며 2관왕을 달성했다.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음악상,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더불어 시카고 비평가 협회에서도 음악상과 애니메이션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업은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총 7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내며 픽사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업은 작품성, 대중성, 상업성 모두 인정받아 픽사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는다.
실화 바탕 이야기
이 감동적인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미국 시애틀의 한 쇼핑몰 부지에 둘러싸인 작은집이 그 주인공이다. 이디스 메이스필드라는 할머니가 살던 이 집은 재개발의 역풍으로 허물어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대형 쇼핑몰 발라드 블록을 건축하기 위해 건설 책임자가 할머니를 찾아가 집을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주변의 다른 집들이 보상금을 받고 모두 떠났어도 할머니는 집을 팔지 않았고, 건설사에서 백만 달러까지 집값을 올려주겠다고 해도 계속 팔기를 거부했다. 포기하지 않고 매번 할머니를 찾아갔던 건설 책임자 배리는 결국 할머니의 사연을 듣게 된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전쟁 중 어머니를 홀로 남겨두고 영국으로 떠나서 살았다. 그 후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와 어머니를 모셨지만 결국 돌아가셨고, 자신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집에서 어머니를 추억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할머니의 사연을 알게 된 배리는 할머니의 집은 그대로 두고 쇼핑몰을 건설하도록 건설사 사장을 설득했다. 결국 할머니의 집을 둘러싼 형태로 쇼핑몰이 완공되었고, 배리는 이후에도 할머니를 자주 찾아뵈었다. 안타깝게도 2008년 영화가 개봉하기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이 후 집은 건설책임자 배리가 물려받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주인이 몇 번 바뀌었고 한때 할머니를 기리는 축제를 하는 등 주민센터로 쓰이기도 했지만, 현재는 임대자를 찾고 있다고 한다.
잘 있어라 밥맛들아!
이 영화의 초반 5분은 역대급 명장면이다. 주인공 칼 할아버지가 부인 엘리와 처음 만나던 날부터 그들의 일생을 보여주는 파노라마 장면이다. 칼은 어린 시절 동경하던 모험가 찰스 먼츠 처럼 파라다이스 폭포를 횡단하는 꿈을 가진다. 엘리와 칼은 함께 파라다이스 폭포에 가기로 약속한다. 세월이 흘러 백발의 노인이 된 그들은 드디어 비행기표를 끊고 파라다이스 폭포로 갈 계획을 세우지만 엘리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칼은 이루지 못한 꿈과 함께 혼자 남겨진다.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는 칼은 갑자기 집을 철거당할 위기에 처한다. 이에 저항하던 칼은 폭행 사건을 일으키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집은 팔리고 자신은 요양원으로 끌려갈 처지가 된다. 집을 지킬 수 없게 된 칼은 엘리와 했던 약속과 꿈을 지키기 위해 파라다이스 폭포로 떠나기로 한다. 칼과 엘리는 퇴직 전까지 동물원에서 풍선을 판매하는 일을 함께했다. 칼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풍선으로 집을 하늘에 띄우기로 한다.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진행되던 무렵 귀찮은 손님이 찾아온다. 보이스카우트 꼬마 러셀은 군것질거리를 달고 사는 수다쟁이 남자애다. 야생 탐사대원으로서 야생 탐사대의 배지를 모으고 있는 그는 늘 바빠서 자주 보지 못하는 아빠가 표창식 때는 꼭 참석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경로 봉사 배지를 제외한 모든 배지를 모은 러셀은 마지막 배지를 위해 동네 할아버지 칼 프레드릭슨의 집을 방문해 자신의 도움을 받을 것을 끈질기게 부탁한다. 그러다 우연히 집과 함께 하늘에 떠올라 원하지도 않았던 여행을 하게 된다.
괜찮아, 그냥 집인데 뭐.
괴팍한 할아버지 칼은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과 여행을 함께하게 된 것을 불편해한다. 말하는 개와 괴상한 새까지 귀찮기만 한 동물들과 함께하던 중 그들이 곤경에 빠진다. 칼은 평생의 소망이자 마지막 소원이 된 파라다이스 폭포를 위해 그들을 외면한다. 다시 혼자가 된 칼은 엘리의 모험 노트를 발견한다. 그리고 전 세계를 누비는 것만이 모험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엘리와 자신이 지내왔던 모든 날이 모험이었음을 깨달은 칼은 새로운 모험을 즐기라는 엘리의 마지막 당부를 되새기며 집을 띄우기 위해 집안의 모든 짐을 밖에 내던진다. 소중했던 것을 버리고 러셀과 친구들을 구해낸 칼은 다시 마을로 돌아간다. 이후 러셀은 표창식에서 드디어 경로 배지를 받게 되지만 그걸 달아주길 원했던 아빠는 끝내 보이지 않는다. 러셀이 실망하자 칼이 대신 보호자 역할을 해주며 가족 같은 모습을 보인다. 칼은 강아지 더그와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