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을 사랑하는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
신비한 동물 사전은 해리포터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프리퀄 영화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팬으로서 안 볼 수가 없지. 해그리드가 가르치던 신비한 동물 수업의 그 난폭한 교재를 쓴 사람이 바로 주인공 뉴트 스캐맨더이다. 신동사의 배경은 1920년대로 작중에서는 뉴트 스캐맨더가 한창 책을 집필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뉴트가 신비한 동물을 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때는 하필이면 미국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미국 마법 의회가 혼란스러울 때이다. 신비한 동물을 골칫덩이로 여기는 미국에서 뉴트는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신비한 동물들이 크고 거친 동물들이 많기도 해서 주인공도 천방지축 탐험가 같은 이미지일 줄 알았는데 뉴트는 조용한 아웃사이더같은 이미지다. 소심하고 어리숙해 보이지만 까다로운 동물들은 능숙하게 다룬다. 동물들이 뉴트를 정말 잘 따르는데 뉴트가 동물들을 세심하게 보살피는 모습을 보면 이해가 간다.
신비한 동물과 마법사의 가방
뉴트는 온갖 신비한 동물을 구조하면 마법 공간이 있는 여행 가방 안에 보호한다. 시리즈 내내 이 가방이 아주 큰 역할을 한다. 헤르미온느의 가방처럼 뉴트의 가방도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있다. 작은 가방으로 들어가면 신비한 동물들을 위한 다양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거대한 동물원처럼 보인다. 뉴트는 그 안에서 동물들을 돌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이 갈색 가방이 기어이 다른 뒤 바뀌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할머니의 레시피로 빵집을 열고 싶은 노매지(머글) 제이콥은 가게를 여는 게 꿈이다. 제이콥은 그 꿈을 펼칠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다가 뉴트와 가방이 바뀌게 되면서, 인생마저 뒤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뉴트의 가방을 방문한 제이콥은 그 안에서 여러 신비한 동물들을 만나게 된다. 무서운 동물들도 많지만, 귀여운 동물들도 많아서 어느새 신비한 동물들에게 빠져든다. 나중에 마법과 관련된 기억을 지운 제이콥이 자신의 빵집에 신비한 동물들에서 영감을 받은 빵을 선보이기도 한다. 유명 빵집이 된 제이콥의 빵집도 실제도 있었으면 좋겠다. 기계로 도넛을 몇백개씩 찍어내는데 경쟁력이 있겠냐던 은행원의 질문에 자신감을 내보이던 빵이니, 특별한 맛이지 않을까. 영화를 통틀어서 가방에서 탈출한 귀여운 동물들을 찾으러 다니는 장면이 제일 재미있었다. 그중 최고는 역시 니플러.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오리너구리같이 생긴 동물로 은행에서 가방이 뒤바뀐 것도 니플러가 친 사고 때문이었다. 캥거루처럼 주머니에 훔친 보석들을 쑤셔 넣는 니플러가 굉장히 사랑스럽다. 늘 뉴트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피켓도 빼놓을 수 없다. 한번은 뉴트가 자신을 팔아넘기려고 했던 일로 토라지기도 했는데, 곤경에 취했을 때 가장 도움이 되는 신비한 동물이다. 이런 동물들이 실제로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한다. 전 시리즈가 이런 유쾌한 에피소드였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후편으로 갈수록 너무 심오하고 무거운 주제여서 귀여운 동물들을 많이 볼 수 없었던 게 안타까울 뿐이다.
마법사와 노매지
해리포터에서는 마법사가 아닌 사람을 머글이라고 불렀는데, 그건 영국에서의 명칭이고 미국에서는 노매지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마법사와 노매지의 접촉을 반대해서 뉴트는 영국보다 미국의 정책이 뒤떨어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티나의 동생 퀴닌은 제이콥이 처음으로 본 노매지일정도다. 해리포터에서도 순혈주의자들이 머글을 차별하고, 갈등을 만드는데 신동사에서도 역시 가장 큰 갈등이다. 후편으로 갈수록 그 갈등이 심화된다. 그 때문에 퀴니과 제이콥이 서로 좋아하면서도 울면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노매지와 결혼하는 마법사는 감옥에 가기 때문에 제이콥은 퀴니를 사랑하지만 결혼을 반대하고, 퀴니는 그런 제이콥이 자신과 결혼할 수 있도록 마법을 걸기도 한다. 결국 퀴니는 나중에 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선택까지 하게 된다. 그린델왈드는 마법사들이 숨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하면서, 마법사가 아닌 사람들은 노예로 부리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퀴니를 끌어들이기 위해 퀴니의 사랑을 지지하는 척하는 교활한 면모를 보인다. 퀴니와 제이콥을보면 마법사와 노매지가 공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든 사람이 퀴니와 제이콥같지는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또 어려운 이야기인 게 맞는 것 같다.
해리포터와 신비한 동물 사전
후편으로 갈수록 해리포터와 연결되는 얘기가 많아서 보면서 반가웠다. 심지어 내기니도 반가웠을 정도. 해리포터에서는 나쁜 뱀이었는데, 인간이었을 때 모습을 보니 내기도 안쓰러울 뿐이다. 이용만 당하다 결국은 그렇게 되어버렸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불쌍한 캐릭터다. 얘기가 진지해지면서 분위기가 어두워졌는데 반가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해리포터 시리즈도 해리가 막 호그와트에 입학해서 마법사 세계에 대해 알아갈 때가 제일 재미있었는데, 신동사도 첫 시리즈가 제일 재미있었다. 배경이 1920년대로 의상도 복고풍이라 더 마법사 세계와 잘 어울린 것 같기도 하다. 뉴트 스캐맨더라 여행하면서 신비한 동물들을 만나고, 책을 집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였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성인인 주인공들이 호그와트에서의 학창 시절을 추억하는 장면도 좋았다. 뉴트와 테세우스의 호그와트 생활도 더 보고 싶다. 후플푸프가 주인공인 호그와트 시리즈도 재미있을 것 같다. 주인공인 해리와 헤르미온느, 론이 그리핀도르 기숙사여서 다른 기숙사들은 들러리같이 나왔었는데, 주인공들이 다 다른 기숙사였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 호그와트와는 다른 마법 학교인 덤스트랭과 보바통이 나왔었는데, 미국은 일버르모니인가보다. 호그와트 말고 다른 마법 학교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다. HBO에서 해리포터 드라마를 제작한다. 2026년 공개 예정이라는데 몹시 기대된다. 기술이 발전한 만큼 더 생생한 마법사 세계를 보여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