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의 맛을 겨루다
한식 대첩은 지역을 대표하는 고수들이 요리 경합을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매화 주제에 맞는 한식을 선보이는 것이 컨셉이다. 2013년 시즌1을 시작하여 2016년 시즌4까지 방영됐다. 2018년에는 기존 컨셉과 다르게 해외 셰프들이 한식 고수들에게 한식을 배워 경합을 벌이는 포맷으로 방송됐었다. 서울, 경기, 충북, 충남, 경북, 경남, 전북, 전남, 제주 8팀의 대표 2인이 참가한다. 시즌 2부터는 경기 지역 대신 북한팀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만큼 조리기능장, 명인, 맛집 고수 등 쟁쟁한 사람들이 선정되었다. 시즌1 심사위원으로는 재벌가 요리선생님으로 유명한 심영순, 오세득 셰프, 고형욱 미식 평론가, 한식당 오너 조희경이 참가했다. 시즌 2부터는 시즌1의 심영순 선생님만 출연하고, 나머지 심사위원들은 교체되었다. 백종원, 최현석 셰프가 시즌2부터 시즌3까지 함께하다가 시즌4에서는 백종원 대신 음식 평론가 유지상이 출연했다. 요리 경합의 특성상 재료 소개, 진행 중계 등 진행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식 대첩은 참가자가 많고, 각 지역의 특색을 보여주는 만큼 진행자가 할 일이 많기도 했다. 시즌1에서는 오상진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고, 시즌2,3는 김성주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다. 시즌4는 MC 강호동이 진행을 맡았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2,3의 김성주 아나운서가 한식 대첩과 가장 잘 맞았던 것 같다. 스포츠 중계로 다져진 중계 실력으로 경합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줬다.
일품 대전과 끝장전
경합은 회당 2번 치러진다. 주제에 맞는 일품요리를 선보이는 일품 대전과, 탈락 위기 지역들이 1:1로 펼치는 끝장전이다. 일품 대전에서 심사 결과 1위를 하면 배지나 트로피를 수여하고, 그 회차 우승의 영예를 갖게 된다. 끝장전에서 패배하면 탈락한다. 일품 대전의 주제는 한식과 보양식, 주안상, 면 요리, 밥도둑 등 한식에 어울리는 것이다. 각 지역은 주제에 어울리는 일품요리를 위해 지역 특산품을 일품 식재료로 가져온다. 일품 식재료 소개 시간이 아주 장관이다. 생전 처음 보는 기상천외한 식재료부터 살아있는 식재료까지 지역의 자존심을 걸고 대단한 재료들을 준비해 온다. 참가자들이 다들 내로라하는 고수들인 만큼 요리도 난도가 아주 높다. 일품 대전은 60분인데 그 안에 여러 가지 요리를 준비하느라 실수하기도 한다. 앞 회차보다 뒤 회차로 갈수록 실수들이 줄고, 앞 시즌보다 뒤 시즌이 더 실수가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방송을 위해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다. 일품 대전은 같은 요리를 하는 게 아니라 각 지역이 지역의 특색을 살려 다른 요리들을 선보여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고수들이 욕심을 내서 어려운 요리를 하다 보니까 60분 안에 하기 어려운 요리들도 많이 하는데 그럴 때는 심사위원들도 요리가 완성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한다. 그래도 모두 고수들이라 자신만의 비법으로 요리를 훌륭하게 완성해 내기도 하고, 우려대로 요리에 실패해 탈락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가장 안 좋은 점수를 받은 두 지역은 끝장전을 치러야 하는데 각 지역을 대표해서 나온 만큼 참가자들의 중압감이 심했을 것 같다. 모두 몇십년간 요리를 해온 고수들인데 끝장전에 가게 되면 자존심도 많이 상했을 것 같다. 어떤 회차는 일품 대전보다 끝장전이 더 재미있을 때도 있었다. 끝장전은 회마다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끝장전은 보통 30분으로 진행된다. 같은 주제로 양 팀이 요리를 선보일 때도 있고, 5분 동안 사용할 재료를 다 고르라고 해서 골랐는데 상대 팀과 조리대를 바꾸라고 해서 참가자들을 당황하게 할 때도 있다. 2명의 팀원 중 1명만 도전해야 하는 과제도 있는데 그럴 때 상대방에서 도전자는 선택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 참가자들의 배포를 보게 된다. 탈락이 걸려있는 만큼 상대 팀에서 상대적으로 못 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지역에서는 혼자 끝장전을 치러야 하는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잘하는 사람들끼리 붙어보자고 나서는 경우도 있다. 보는 입장에서야 멋있지만 내가 그 상황에 놓이면 그런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끝장전은 떨리지만 최악은 2명의 팀원이 5분마다 번갈아 가면서 요리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 나라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식은땀만 흘리다 끝날 것 같다. 고수들도 당황해서 실수를 연발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합격자석에 앉아있는 다른 지역들이 소리쳐서 도움을 주기도 한다. 나도 보면서도 손에 땀을 쥐게 되고, 그 자리에 있었다면 소리쳤을 것 같다.
고수들의 손맛
평생 한국에서 살았어도 한식 대첩을 보면서 처음 보는 음식들이 너무 많았다. 앞으로도 살면서 그런 음식들을 다 먹어볼 수는 있을까 싶었다. 한식의 세계가 이렇게 무궁무진하다니. 놀랍고도 기쁜 일이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보고 싶다. 참가들이 요리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이다 보니 연령대가 높은 편인데, 그래서 본인들만의 노하우도 많다. 적합한 조언들이 많아서 요리하는 사람들이 봤다면 똑같은 요리를 할 수는 없어도 도움이 많이 됐을 것 같다. 한식 대첩에 나왔던 향토 음식들은 굉장히 다채롭고 지역 특색이 진해서 흥미롭게 봤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면서 다 맛보고 싶다. 참가자 중에 내림 음식 전수자, 향토 음식 연구가 등 지역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해당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한식 대첩 순례도 가능할 것 같다. 고수들의 손맛을 직접 맛보고 싶다. 투잡, 쓰리잡의 시대를 살다 보니 몇십년을 한 가지 일에 집중하여 파고든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그 세월의 깊이가 더 진중하게 와 닿았다. 매일 삼시세끼 음식을 먹고 있지만 소박해도 요리라고 할 만한 것을 얼마나 먹는가 생각해 보게 됐다.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은데 고수들만큼은 아니어도 나만의 손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식 대첩은 보고만 있어도 황홀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